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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요계에 유행처럼 번진 것이 하나 있다. 한 가수가 싱글을 발표하면 비슷한 다른 노래를 찾아서 비교하는 일이다.


가요계의 표절 논란은 사실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60, 70년대에도 표절 판정이 난 곡이 있었고 어린 시절 추억을 더듬어 봐도 룰라가 표절로 쫄딱 '망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이 '표절 논란'이라고 하는 것이 대중음악계에서 단연 으뜸가는 이슈가 되어버렸다. 문제가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것은 아마 지-드래곤이 플로 라이다와 오아시스의 곡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이어진 씨엔블루와 와이낫의 표절 논란은 여기에 불을 붙였다. 씨엔블루와 와이낫의 경우엔 이 불길이 인디밴드 논쟁으로까지 이어지며 더욱 큰 폭발력을 지니게 되었다.

급기야 얼마 전엔 씨엔블루가 자신들의 곡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와이낫이 고소장을 제출하기까지 한 상태. 

어제 PD 수첩에서 이 논란에 대해서 꽤나 심층적으로 보도를 했다. 와이낫의 입장,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씨엔블루의 곡, '외톨이야'의 작곡가 김도훈의 의견을 각각 들어보고 그 외 다양한 음악인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외톨이야'라는 곡이 법적으로 표절이냐, 를 주제로 논쟁을 펼쳤을 때는 사실 대답이 크게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악보상으로 봤을 때 '외톨이야'와 '파랑새'는 단 한 마디가 같다. 리듬과 멜로디가 아예 같지만 겨우 한 마디에 불구하고 더군다나 그와 똑같은 마디를 포함한 곡이 한 둘이 아니다. 공학적으로 보자면 이 한 마디만을 두고 '표절이냐, 아니냐'를 따져야 하는 셈이니 이는 곧 '한 마디 갖고도 표절이 되느냐'의 싸움이 된다.

그런데 내 생각은 그렇다. 형식상, 공학적으로 보기에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는 표절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 단 한마디가 같다는 근거로 표절이라고 꼬리표를 붙여 버리면 와이낫의 '파랑새'도 표절곡이 되어버린다. 2008년에 발표된 '파랑새' 이전에 발표된 다수의 곡들이 이미 문제의 그 한 마디를 그대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와이낫은 다른 식으로 접근한다. 다른 곡들과 달리 두 곡은 밴드곡이자 록음악이고 '외톨이야'와 '파랑새'는 곡 전체의 '느낌'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표절이라고 명쾌하게 딱지를 붙이기는 어렵다. '느낌'이라고 하는 것은 누구의 느낌이며 또 법의 잣대로 느낌상의 유사성을 판단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 경우 사실상 문제는 작곡가 개인의 양심과 도덕성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즉, 그 한 마디를 고의적으로 베꼈는지는 작곡가 본인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여건 상 '외톨이야'의 작곡가 김도훈이 와이낫의 곡 '파랑새'를 의도적으로 베낀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결국 '외톨이야'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곡일까? 그렇지 않다. 이 문제는 예술에 대한 좀 더 광범위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작곡가 김도훈은 자신이 표절을 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그 문제의 한 마디가 다른 여러 곡에도 표함돼 있다는 점을 말한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내세운 이 근거가 더 큰 관점에서는 역설적으로 그의 혐의를 입증한다. 작곡가 김도훈은 '자신이 창작했다'고 내세운 곡에 포함된 그 한 마디가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창작돼 있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음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그 한 마디가 흔해 빠진 멜로디였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작곡가 김도훈은 '창의성', '독창성', '유일무이한 것'을 추구하는 예술 행위를 하는 작곡가로서 자신이 기껏해야 B급임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이 곡은 온전한 나의 창작물이다, 그런데 이 곡에 포함된 한 마디는 여기저기서 이미 많이 쓰인 적이 있다, 그래도 이 곡은 나의 창작물이다"라는 고백이 과연 진정한 창작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스스로 B급 창작자 ─ 아니 B급 창작도 진짜 창작이라고 '우기기'까지 할 수 있는 그는 사실상 B급도 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 임을 자인한 김도훈이란 작곡가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의 가요계에서는 가장 잘 나가는 작곡가이다. 바로 여기에 이번 논란이 보여주는 문제의 또다른 일면이 내포돼 있다.

사회가 이런 B급 창작물을 A급으로 여기며 열광하고 창작자들을 지원해야할 제작자 및 음반사들이 심지어는 이런 B급 창작물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한 마디 정도는 다른 곡에서 끌어와도 좋다'고 생각하는 창작자 개인의 태도를 넘어서는 더 거시적인 차원의 문제이고 한 편으로는 이러한 창작자의 태도의 배경이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원인은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짧은 순간의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대중, 이런 대중을 좇으면서 지나치게 상업화된 대중음악계, 자발적으로 음반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인디 문화의 위축 등이 그 원인이 될 수 있겠다.

이 중에서 나는 우리나라 음악 씬에서 인디 문화가 메이저 씬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규모라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은 언제나 강렬한 것을 원했고 제작사가 상업화된 것 또한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다. 이런 메이저 씬의 상업성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인디 문화인데 우리나라의 인디 문화는 지나치게 위축돼 있거나 혹은 메이저 씬과 상당히 동떨어져서 외따로이 존재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인디 문화를 통해 자발적으로 성장한 밴드나 음악가들이 메이저 씬으로까지 진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디 밴드들이 이전과 다른 새로운 음악을 발표하고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 메이저 씬에서도 통용되고 상업적인 제작사나 음반사가 이를 좇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엔 인디 씬과 메이저 씬이 상당한 수준에서 서로 유리되어 인디 음악은 인디 씬에서만 통용되고 메이저 씬은 제 나름대로 이미 상업화되어 있는 음악을 발표하면서 유행을 선도한다. 

뿐만 아니라 인디 씬과 메이저 씬의 규모 또한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이면서 메이저 음악 시장이 인디 시장을 잠식해 버린다. 오늘도 내일도 새로운 음악, 유일무이한 음악을 연구하는 인디 씬의 참신한 창작자들은 메이저 대중음악계에 아무런 자극을 주지 못하고 메이저 씬은 기업화돈 거대 제작사들의 자본 논리에 휩쓸리고 만 것이다.

이런 구도 아래에서 메이저 씬의 창작자들은 마치 공장에서 자동차가 생산되듯이 단기간에 잘 팔리는 음악들을 기계적으로 뽑아내고, 대중은 짧은 순간의 강렬한 쾌락에 길들여져 가면서 문제는 순환한다. 강렬함을 원하는 대중, 대중의 욕구에 맞는 음악을 원하는 제작사, 제작사의 요구에 부응하여 자극적인 음악을 쏟아내는 창작자, 다시 길들여지는 대중. 이 끝없는 순환의 고리에서 양심적이며 고뇌하는 창작자들이 끼어들어갈 틈바구니는 너무도 비좁다.

씨엔블루와 와이낫의 대결은 이런 점에서 중요하다. 결국 논란이 고작 법적인 수준에서 일단락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아직 남아있지만 이와 같은 논란이 건전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대중음악계의 불순한 흐름에 균열을 가해야 한다. 그 균열을 양심적인 창작자들이 파고들어야 하고 그러는 가운데 머리를 싸매고 자신만의 곡을 연구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들릴 수 있고 그들의 음악이 들릴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표절 논란'으로 그쳐서는 안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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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wrote at 2010/03/17 21:41
지금까지 본 기사나 블로그등 글 통틀어서 님 글이 가장 정확히 말씀하시는듯 하군요.

표절은 절대 아니죠. 하지만 순수 창작물도 아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근데 인디라고 순수 창작물도 아닙니다. 은근 외국꺼 베끼는데요.. 지금 자존심 싸움때문에 그렇지 진짜 가슴에 손얹고 순수하다.... 글쎄요..

사실 우리나라가 외국꺼 베끼는것도 그렇지만 외국애들도 스스로 자기네들꺼 베낍니다. 어떤 스타일 음악이 확 인기끌면 너도 나도 다 그런스타일로 노래만들거든요. 바로 그런 스타일을 처음에 만든사람이 정말 창작물이죠. 그런건 정말 드문경우입니다.

그리고 외국에선 보통 인디밴드든 그냥 가수던.. 자립형으로 하다가 실력있다고 입소문타면 스폰서가 그때가서 붙고 유명해지는 루트죠. 우리나라처럼 처음부터 지원이 아닌.. 우리나라는 그 통로가 딱 끊어져있어서 왠지 아이돌쪽 아니면 그냥 뒷거리 음악인정도가 되고 안타깝죠.

인디밴드들 실력도 있고 외모도 꾀 괜찮은 사람들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여러장르가 공존하면 좋겠네요. 글 너무 좋네요.
wrote at 2010/03/18 20:53
저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인디 문화를 지지하는 편이긴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약간의 회의감도 있긴 합니다. 님과 비슷한 이유로요. 우리나라 인디 음악도 사실 외국 음악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죠. 고작 15~20년밖에 안된 인디 음악의 한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한계를 갖는 것과 의도적으로 음악을 한정짓는 것은 다르죠. 우리나라 인디 음악이 외국 음악들의 영향을 강하게 받긴 하지만 그들 스스로 창의력을 키우려고 부단히 노력은 합니다. 그런데 메이저 씬은 그들 스스로가 음악의 한계를 분명히 하죠. "이러이러한 음악만!"하고요.

정말 오랜만에 쓴 글인데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hi 
wrote at 2010/10/13 17:38
추천해드렸어요..
저두 블로그를운영하고싶은데
초대장좀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헤헤
부탁드려요
yzzzpc@naver.com
 
wrote at 2011/06/10 11:31
비밀댓글입니다
 
wrote at 2011/06/10 11:33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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