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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대회가 아프리카에서 개최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대회 역사상 최초로 비유럽/비아메리카 국가에서 개최된 대회였는데 이제는 좀 더 뻗어 아프리카로까지 나아간 게다. 이는 각국 축구 대표팀의 실력이 상당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시아의 작은 국가 대한민국과 일본 ─ 일본은 월드컵 무대에서는 분명 '작은' 국가였다 ─ 은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성적을 거두기까지 했다. 아프리카의 선수들은 이제 유럽 무대 최고 클럽들의 주축이 되어 있으며 아프리카 국가들은 언제나 월드컵에서 돌풍의 주역들로 꼽힌다. 그리하여 아프리카에서 최고로 출세하는 길은 축구를 하는 것이다. 과거에 (그리고 현재까지) 남미가 그러했듯이. 

이는 분명 G20이나 다보스 포럼 같은 정치권의 세계적 행사들이 여전히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될 만하다 ─ 물론 이제는 '세계사회포럼' 같은 모임도 있지만. 기껏해야 우리나라로까지 발을 넓힌 G20에 비하면 세계 최고의 스포츠 행사는 발이 참 넓은 편이다. 다른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에 비해서도 월드컵은 분명 발이 넓고, 세계가 주목하지 않는 국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 적어도 내 기억으론 올림픽에서 온두라스나 코트디부아르 같은 국가들의 국기를 본 적은 없으니.

그런데 검은 대륙에서 처음으로 열린다는 월드컵의 조추첨식에서, 바로 그 검은 대륙이 내세운 스타는 백옥 같은 피부의 고운 자태를 뽐내는 샤를리즈 테론이었다. 검은 대륙에서 열리는 월드컵은 진정 검은 대륙의 잔치가 될 수 있을까? 전세계 몇 십억 인구가 월드컵 중계방송을 시청한다지만 그 몇 십억 인구 각자가 누리는 잔치의 질은 천차만별이다. 2006년 월드컵 때는 아디다스, 야후, 도시바, 맥도날드, 현대자동차, 코카콜라, 질레트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후원을 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이 월드컵이 후원을 한 것인지, 월드컵이 그들을 후원한 것인지는 그들의 회계 담당자가 잘 알고 있지 않을까? 다만 2010년 월드컵에는 조금 더 적은 기업이 월드컵의 덕을 보게 될 것이다. 아디다스, 소니, 비자카드, 코카콜라, 현대자동차, 에미리트 항공이 그들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아디다스는 조 추첨식에서 공개된 월드컵의 공인구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동남아 아이들을 착취하게 될 것이다. 이는 월드컵을 통해 덕을 볼 나이키와 같은 다른 스포츠 용품 회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릴 당시, 축구의 무대에서는 세계 최강대국인 아르헨티나는 경제난으로 허덕이고 있었다. 그라운드 위에만 서면 세계 최고의 귀빈 대접을 받는 아르헨티나의 선수들은 자비를 들여 대회에 참가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아프리카 선수들은 어떨까? 아마 자비로 참여하는 비극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프리카에는 선수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실 물조차 없는 곳에서 생활하는 아프리카 최빈곤층의 사람들이 그라운드의 선수들이 코카콜라에서 생산하는 형형색색의 이온음료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장면을 볼 여건이 될지는 의문이다.

스포츠는 어쩌면 환상을 심어 준다. 스포츠의 영역은 피부색이나 국적과 상관 없이 '성과는 개인의 노력에 비례한다'는 신조에
잘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스포츠 자체는 여전히 피부색과 국적의 손아귀에서 놀고 있다. 그래서 피부색이나 국적과 상관 없이 모두가 유럽으로 가려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니가 축구를 해서 성공하는 데에 피부색이나 국적은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 다만 너는 열심히 노력하면 될 뿐이다. 그러나 다만 최종적으로 너는 유럽 무대로 진출해야 한다." 마지막의 한 문장이 앞의 두 문장을 뒤엎는 극적인 반전을 연출한다.

98년 월드컵 당시 누군가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우승 팀이 나올 것이라 예언했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우승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는 백인을 찾아 보기가 힘들다. 아프리카 출신의 선수들은 우승할 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표팀은 '돌풍'을 일으킬 수는 있어도 우승하기는 힘들다.

언론은 조추첨식에 참가한 스타들을 "샤를리즈 테론과 베컴, 그리고 남아공의 스포츠 스타"로 소개했다. 물론 남아공의 스포츠 스타라는 사람들의 사진 같은 것은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검은 대륙의 축제라는 데에 등장한 스타가 샤를리즈 테론과 베컴이란 건 아이러니다. 샤를리즈 테론이 남아공 출신일지언정 말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아이러니가 보여주는 건 여전한 검은 대륙의, 그리고 전지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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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ote at 2009/12/05 14:53
영화 중에 블러드 다이아몬드 라는 게 있는데, 보고 난 후 이 영화는 청소년들이 필시 봐볼만 한 영화임에도 19세 이상 관람가.
wrote at 2009/12/05 14:59
아, 그 영화 19세 이상 관람가던가요;
별로 잔인한 것도 없고 야한 것도 없었던 것 같은데 왜 19세 이상 관람가지 - -;;;
이해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심의 기준.
sickboy 
wrote at 2009/12/06 01:21
검은 프랑스 우승.. 참, 아이러니하네요.
wrote at 2009/12/06 10:27
지단도 알제리 출신;
사실 프랑스만 그런 것은 아니겠죠..
wrote at 2009/12/07 16:30
좋은 글이다. 그나마 축구, 라고 넘어갈 수밖에..
wrote at 2009/12/07 17:01
그나마 축구... 맞아;
축구 밖에는 더 한 세상이 많지 - -;;
wrote at 2009/12/08 20:19
그러니까요.
그건 청소년이 필시 봐야 될 영화인데... 흐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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