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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데이비드 하비 (한울아카데미,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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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라는 이론, 담론 혹은 이데올로기는 (우리가 그것을 뭐라 부르든 간에) 이제 우리에게 아주 보편적인 수사가 되었다. 본래 하이예크를 필두로 한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 이론을 지칭했던 이 용어는 이제 전지구를 지배하는 확고한 담론 내지는 교리가 되었고, 계급적인 의미를 지니면서 이제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정치 투쟁의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 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기원부터 그것이 확고한 헤게모니를 쥐기까지의 과정, 불균등하게 나타나는 지리적 양상, 내외재적 모순과 시련, 나아가 대안까지를 상당히 압축적으로 다루고 있다. 사실 250 페이지 남짓의 분량으로  이 거대한 이야기를 모두 다루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하비는 이 책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포괄적인 수준에서부터 개별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꼼꼼히 다루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서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놓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본래 경제학에서 하나의 이론적 경향을 지칭하는 용어였던 '신자유주의'는 현재에 와서는 다양한 의미를 지니며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이론을 넘어서서 하나의 체제를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며 일부에게는 특정 계층 혹은 계급의 이익에 봉사하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하나의 용어를 둘러싸고 있는 이러한 복잡다단한 맥락은 데이비드 하비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배경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의 신자유주의

맑스주의의 전통에 기반한 데이비드 하비는 신자유주의를 엘리트 계급 권력의 회복 혹은 재구성을 위한 선동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신자유주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는 셈일까? 신자유주의는 보편적 자유를 말하지만 그 자유는 사실은 '기업의 자유', '시장의 자유', '자본의 자유'만을 의미하며 오히려 우리가 더욱 추구해야할 가치가 있는 또다른 자유를 침해한다. 자유의 의미를 왜곡하고 한정 짓는 신자유주의는 이를 통해 우리를 '착근된 자유주의' ─ 소위 말하는 '복지사회'에서의 적극적 자유의 개념 ─ 의  전통으로부터 멀어지게 했으며 사회에서의 개인을 파편화시키고 고립시켰다. 파편화된 사회에서 득세하는 것은 이미 충분한 자본과 권력을 쥔 세력들이며, 70~80년대 경제위기로 인해 위기의식을 느낀 이들 지배 세력이 계급적 권력 회복을 위해 이를 적극적으로 채택한 것이다. 상층부에서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한 대학, 언론, 기업 등이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담론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선전하면서 대중을 설득한다.  

이러한 데에서 또하나의 분석이 연유하는데, 이는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맥락과 현실적 맥락의 불일치에 대한 지적이다. 국가로부터의 자유, 개입의 배제를 주장하는 이론적 경향과는 달리 신자유주의의 국가는 끊임 없이 시장에 개입하고 심지어는 권위주의적인 모습까지 보인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끊임 없이 내적 모순을 키우며 시련을 겪고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모순은 다시 신자유주의의 지속을 위해 국가의 개입을 초래하게 되는 역설을 낳는다("이들의 가장 큰 두려움 ─ 파시즘, 공산주의, 사회주의, 권위적 대중주의, 그리고 심지어 다수결 원칙 ─ 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신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적 통치에 강력한 제한을 둬야 하며 … 중략 … 이는 국가가 개입주의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가정되는 세계에서 엘리트와 '전문가들'에 의한 집약적인 국가 개입과 정부라는 역설을 낳는다", p. 93) .


신자유주의의 전지구적 불균등성

이러한 신자유주의는 전지구적으로 다양한 정도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며 나타난다. 대체로 전세계 경제는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스웨덴과 같은 복지국가에서부터 중국과 같은 구공산주의 국가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는 그 마수를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그 양상은 문화에 따라, 기존에 형성된 계급적 역학 관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하비는 한국을 포함한 각 국에 대한 비교적 세밀한 분석을 통해 이러한 이야기를 뒷받침한다. 특히 중국에 대한 분석은 하나의 장을 할애하여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우리가 흔히 '영미식 자본주의'라 부르는 신자유주의가 실은 다양한 층위에서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데이비드 하비가 각 국의 개별적인 신자유주의의 발전 양상은 비교적 세세하게 분석한 데 반해 신자유주의가 국제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어떻게 각 국에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왜 신자유주의를 흔히 '영미식 자본주의'라 부르는 것인지, 만약 신자유주의가 하비 스스로가 말한 바대로 계급적 권력 회복을 위한 이론적 가림막이라면 그것이 전지구적으로는 어떠한 방향으로 전파되었고 그것이 '지리적 불균등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부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그가 '지리적 불균등성'을 말할 때 그것은 단지 각 국의 내적 발전 양상이 '다르다'는 것 뿐만 아니라, 각 국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혹은 일부의 선도적 신자유주의 국가가 후발 국가에게 일방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어떻게 국가간 격차가 벌어졌는지에 대한 분석으로까지 나아갔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한 마디로 '탈취에 의한 축적'의 구조를 전지구적 수준에서 논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개념의 자유와 권리를 이야기하는 계급 운동으로

마지막으로 대안을 논하는 부분에서 하비는 '자유'에 대한 새로운 담론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헤게모니를 장악하게 된 과정을 논하면서 대안적 담론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뉴딜 정책으로 '착근된 자유주의' 시대를 열었던 루즈벨트의 연두교서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마지막장을 시작한다. 이러한 견해는 쉽게 말해 '좋은' 자유와 '나쁜' 자유를 나누어 보는 그의 관점에서 비롯된다("우리 시대에 여러 가지 상이한 자유의 개념들 중에서 어떤 것이 적절한지를 따져보는 심각한 논쟁이 없다는 현실은 다른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오늘날 공적 담론의 조건이 놀랄 만큼 궁핍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p. 222). 신자유주의가 주창하고 제시하는 자유의 개념은 '나쁜' 자유이며,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좋은' 자유의 개념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자유'라는 보편적 정의에 관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 이면의 계급적 권력욕을 숨기기 때문에 새로운 자유의 개념을 통해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허황된 자유의 개념을 대체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러한 움직은 동시에 계급적 운동이기도 하다. 그는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민주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과정이 계급적 정치투쟁이 되어야함을 밝히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따라서 우리는 만약 이것이 계급투쟁처럼 보이고 또한 계급 전쟁처럼 작동한다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이것이 무엇인가를 지칭하기 위해 그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 p. 243). 그는 맑스가 제시했던 고전적 의미의 계급 이론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지만("이러한 방식으로 문제를 설정하는 것은 '프롤레타리아' 같은 어떤 가공적 범주가 활동했던 잃어버린 황금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다", p. 243) 그렇다고 해서 계급에 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그가 제시하는 대안에 대한 설명은 다소 모호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 구석이 있다.

그가 이야기 한 '새로운 담론의 필요성'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래서 또한 다시금 되새겨야 하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단순히 자본의 축적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눈부신 청사진이 아니라 엘리트 계급 권력의 재형성을 위한 넉살 좋은 '마스크'라는 하비의 지적은 두고두고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해방식은 한 편으로는 많은 문제를 오로지 계급의 문제로 환원시켜 다양한 층위의 문제들을 바라보지 못하게 할 위험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제시하는 달콤한 유토피아적 환상으로부터의 각성제가 되기에는 충분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엘리트 계급 권력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 능력이 있다. 70~80년대의 경제위기와 뒤이은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증명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그것도 정확히 하비가 예측했던 바대로 말이다.[각주:1] 그러나 이러한 위기가 전 지구의 극히 일부 사람들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전 인류에게 새로운 삶과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신자유주의 - 8점
데이비드 하비 지음, 최병두 옮김/한울(한울아카데미)





  1. 하비에 의하면 현대 사회에서 '공간'은 삶의 터전이 아니라 물적 토대로 작동한다. 위기는 상층부의 잉여자본이 도시 재개발에 대대적으로 유입되면서 그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다. 하층부의 구매력은 공간에 축적된 상층부의 자본을 떠받들지 못하고 이로 인해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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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kboy 
wrote at 2009/11/15 11:55
오, 이 책을 통해 신 자유주의가 정리가 되겠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는 맑스주의 전통에서 신자유주의를 파고든 책을 읽어본 것 같지도 않고... 꼭 읽어봐야겠어요.
wrote at 2009/11/15 12:06
신자유주의에 대한 좋은 개괄서라고 생각해요.
다만 조금 답답했던 부분이 있는데, 그건 신자유주의가 헤게모니를 쥐게 된 과정에 대한 부분이에요.
그건 완전히 정치적인 부분인데 좀 명쾌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엘리트 계급 권력 회복을 위한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졌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조금 미적지근했다고나 할까.....
wrote at 2009/11/15 13:53
폴 크루그만의 "미래를 말하다"를 보면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자세히 나와있어/
나중에 시간나면 그거 서평이나 쓸까...
sickboy 
wrote at 2009/11/15 19:22
저 사진 배경이 혹시 옛날에 도서관의 인덱스카드일까요?
wrote at 2009/11/15 20:01
흠... 글세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한의원에 있는 약재통은 아닌 거 같은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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