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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I Fought the Law'라는 펑크밴드 클래쉬의 곡을 포스팅 했었다. 법과 싸우겠다는 가사 내용인데, 결국 'The Law Won'이라고 해서 씁쓸하다는 얘기를 했었다. 와, 근데 이게 불과 하루만에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결국 법이 이겼다.

헌재 얘기를 하는 거다. 참, 넌센스도 그런 넌센스가 없다. 이건 정말로 말그래도 '넌-센스(non-sense)'다. '불법인데 법이다'라는 거니까 말이 '말이 안된다'는 거. 악법도 법이라고는 했어도 불법도 법이라니!

판결문을 인용한 기사를 다시 한 번 잘 살펴 보자.

 러나 재판부는 신문법 가결 선포를 무효로 해달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선 `법률안 심의ㆍ표결권 침해가 없었기 때문에 무효 확인 청구는 이유가 없다'거나 `헌재에서는 권한 침해만 확인하고 사후 조치는 국회에 맡겨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6명이 기각 의견을 냈다.

[한국일보] 헌재, 미디어법 사실상 유효 결정


이 기사를 보면 무효 확인 청구가 기각된 데에는 적어도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첫째가 `법률안 심의ㆍ표결권 침해가 없었기 때문에 무효 확인 청구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가 `헌재에서는 권한 침해만 확인하고 사후 조치는 국회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두 이유 각각은 각기 다른 재판관에게서 나온 것 같다. 무효 확인 청구가 기각된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어쨋든 기각하자는 의견이 다수였고 그렇게 결과가 나온 것이다.

첫번째 이유가 사실 진정한 넌센스다. "심의 · 표결권 침해가 없었기 때문에"라고 했는데 사실 앞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는 사람에 의한 임의의 투표행위나 대리투표로 의심받을 만한행위 등 극히 이례적인 투표행위가 다수 확인됐다"면서 권한 침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사실 말이 좀 애매하다. 헌재는 미디어법이 '유효하다'고 못박지는 않았다. 다만 '무효한 건 아니다'라는 뉘앙스는 있다. 그러니까 '미디어법 적용해라'도 아니고 '하지 말아라'도 아니다. "사후 조치는 국회에 맡겨야 한다"는 말까지 종합해 보면 결국 '어쨋든 절차는 잘못됐는데 미디어법이 유효한지 무효한지는 우리가 판단할 일은 아니다'라는 뜻이다.

판결문이 얽히고 설켜 있다. 여러 명─그래 봐야 9명─의 각기 다른 재판관들에게서 나온 판결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일단 너그럽게 봐 주자. 몇 가지 갈래가 존재한다. 먼저 절차가 적법하냐 아니냐를 두고 나뉜다. '권한 침해가 없없다'는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이 재판관은 당연히 무효 청구를 기각한다. '권한 침해가 있었다'는 의견은 다수다. 이들은 기각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기각하는 게 당연해 보이는데 '무효가 아니다'라고 애매하게 말하면서 판단 자체를 안해버리면 기각되는 거다. 무효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할 일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거다. 그리고 그 중간에 진정한 넌센스 재판관이 존재할 수도 있다. '권한 침해가 있었다'고 하면서 그래도 '미디어법은 유효하다'고 하는. 아무튼 이에 대해서는 재판관 별 판결문을 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재판관들 중에는 "가결선포 행위의 심의·표결권한 침해를 확인하면서 그 위헌성·위법성을 시정하는 문제는 국회 자율에 맡기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사명을 포기하는 것"(조대현, 송두환 재판관)이라는 소수 의견도 존재한다고 한다('마이너리티 리포트'를 기억해라!).

그런데 사실 진정한 문제는 첫번째가 아니라 두번째에서 나온다. 의회에서 미디어법 사태가 해결이 안되니까 '해결 좀 해 주십쇼'하고 헌법재판소로 넘긴 건데 헌법재판소는 다시 "국회에 맡겨야" 한단다. 골때린다. 서로 눈치 보면서 공을 떠넘기고 있다. 눈치 게임이 아주 재미있다. 헌재는 권력 눈치도 보이고 여론 눈치도 보인다. 그러니까 '무효'라고 대놓고 선언도 못 하고 그렇다고 완전 잘된 것도 아니라고 그러는 거다. 법과 양심에 따른 판단 따윈 없다. 

문제는 이어진다. 헌재가 국회에서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정작 국회는 알아서 할 기미가 없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알아서 못하니까 헌재로 넘긴 건데, 이게 뭐야! 결국 헌법재판소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거다. 누가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나? 다 아는 사실인데 여당이 인정을 안하니까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한 거다. 근데 헌재는 '판단'은 내렸으면서도 '강제력'은 행사하지 않았다. 우스운 꼴이다. 지난 100일 간 한 게 겨우 이거라니. 헌법재판소는 존재의 의의 자체를 상실했다.

이젠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 '무효 청구를 기각한다'는 건 사실 말장난에 불과하고 미디어법은 이제 '유효'하게 되었다. 법안이 헌법재판소까지 가면 사실 갈 데까지 간 거였다. 그 이상 갈 수가 없다. 미국처럼 대통령한테 법안 거부권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있어도 거부 안하겠지만. 그러니까 이제 미디어법에 대한 제도적 수준에서의 논의 자체가 불가능해진 거다. 남은 건 야당의 '땡깡'과 여당의 '버티기' 뿐. 여당이 버티는 한 '땡깡'은 아무 소용도 없다. 여당은 버티면? 이긴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이긴다. 제도적으로 미디어법의 효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우와, (미디어)법이 이겼다!!

이제 우리는 법치사회에서 법이랑 싸워야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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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yuni 
wrote at 2009/10/30 18:11
박재범씨를 한방에 훅 보내 버린 그 기세로 이 정권도 한방에 훅 보내 버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안 보내도 좋을 사람은 잘도 훅훅 보내고, 정말 보내 버려야 할 것들은 이렇게도 보내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군요.


언젠가는 정말 껍데기는 보내고, 속이 꽉찬 알맹이를 그러안고 있는 이 세상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것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하아... ㅠㅠ
wrote at 2009/10/30 18:20
그러게요. 정말 무언가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할 수 있는 걸 한다고 해도 이러면, 정말 힘 빠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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