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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우석훈 (레디앙,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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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우석훈의 책을 읽은 게 이번이 처음이다. 10만 부나 팔렸다는, 사회과학 서적으로서는 말도 안되게 잘 팔린 『88만원 세대』도 나는 반 밖에 읽어보지 못했다(빌려줬던 놈이 읽는 중간에 도로 가져가서;). 그래도 여러 칼럼들을 통해 우석훈의 글들은 많이 읽은 편이고, 특히 그의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도 거의 모두 꼬박꼬박 읽는 편이다.

많은 학자들이나 지식인들은 블로그라는 개인적 공간에도 종종 칼럼 형식의 정제된 글을 쓰는 편인데, 우석훈은 좀 다르다. 그의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거의 완전히 '일기' 수준이다. 그렇다고 그가 아주 사적인 얘기들을 늘어 놓는다는 것은 아니고 문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거의 구어체에 가깝다. (이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는 이택광이 있겠다. 그가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여간 꼼꼼히 읽지 않으면 쉽사리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형식은 그의 책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그런데 그가 글을 쓰는 방식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구체적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 제대로된 통계 하나 제시하지 않는다, 레퍼런스도 제시하지 않는다, 세부적인 내용에서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등등 학자로서 그의 자질을 의심하는 비판들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비판들이 '틀린 말'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석훈이 이러한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것은 어느 정도 의도된 바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석훈은 아마도 책을 낼 때 판매 부수를 상당히 의식하는 듯 하다. 우선적으로 이해하기에 그것은 우석훈이 굉장히 참여적인 글을 시의성을 가지고 쓰기 때문이다. 그가 쓰는 책은 두고 두고 곱씹어 보면서 '고전'이 될 만한, '고전'까지는 아니더라도 훗날 읽었을 때에도 충분히 그 현실에서 적용할 만한 글보다는 지금 당장의 논란과 논쟁에 뛰어드는 글들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다분히 '정치가'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공포 경제학자'라고도 불리는 그는 늘상 독자들 혹은 강연을 듣는 청중들에게 위협을 가한다. "이렇게 가면 우리나라 경제 몇 년 안에 망합니다"와 같이. 이러한 '위협'도 아마 우석훈이 현실 사회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정치가적인 의지가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

현실 참여적이지 않은 사회과학 서적이 얼마나 되겠냐만, 우석훈의 글은 특히 그렇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에서도 그는 주구장창 '명박 시대'를 강조한다. 쉽게 말해, 그는 언제 어디서나 '20대'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을 담은 것이 아니다. 그는 지금, 여기에서 '20대들'에게 당장 해주지 않으면 죽겠는 그런 말을 담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는 누가 봐도 명백히 '혁명'을 종용하는 글이다. 책의 표지에는 벌써 "20대여, 쫄지 마, 상상해 봐, 혁명을…"이라고 쓰여 있다. 이 책은 우석훈이 88만원 세대들이 스스로 '새판짜기'를 바라면서 쓴 글이고, 그러라고 쓰는 글이다.

이처럼 글이 강하게 현실 참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사실 판매 부수가 신경이 쓰인다. (그의 블로그에 올라 오는 출판 관련 글들을 보면 실제로도 신경을 좀 쓰는 것 같다. 특히 인민노련에 대해 쓴다는 새로운 책의 경우는 아주 명확하게 100만부 파는 걸 목표로 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강한 현실 개선 의지를 가지고 썪어 빠진 현실을 까발리며, 그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제시하는데 더 많은 사람이 이에 동참하면 당연히 좋은 일이다 ─ 이런 부분에서도 표를 의식하는 것과 같은 정치가적인 면모가 조금 엿보인다.

그의 글이 근거도 명확하지 않고, 사실 관계에 대해 오류도 표출하는 등 학술적으로 보기에는 다분히 거칠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될 수 있는대로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는 것'. 빽빽하게 표 채워 넣으면서 통계 제시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학자들과 논문들로 가득한 레퍼런스 끼워 넣고, 구체적으로 세부적인 사실 관계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사회과학 서적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쉽게 질린다. 특히나 사회과학 서적은 많이 팔려 봐야 1만 부 팔리는 게 고작인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쉽게, 대중적으로 쓰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것 즉, 사람들이 읽지 않는다는 것을 우석훈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우석훈의 다른 책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글쓰기 태도는 아마도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에서도 특히 두드러진다. 사실 레퍼런스니, 통계니, 논리적인 근거니 하는 것들은 우석훈의 글에서는 사실상 없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레퍼런스고 통계고 나발이고, 그는 그가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 같으니까. 이 책에서는 그가 한 학기 동안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면서 만난 20대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주로 바탕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는 거의 사회과학적 에세이에 가까운 글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그의 블로그에 보면 이 책의 집필을 시작한 것이 7월 초순이고, 초고를 끝낸 것이 7월 중순 무렵이다. 책 한 권을 쓰는 데 채 한 달도 안걸렸다. 혼자서 각종 통계자료 분석하고 레퍼런스 뒤져가면서 쓴 책이 아닌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점에 가차없는 비판을 가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러한 글쓰기는 우석훈 본인이 책을 저술한 목적을 고려해 볼 때 매우 적절하다. 책에서도 밝히고 블로그를 통해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20대들에게 혁명의 파토스에 대한 감을 일깨워주기 위한 책이다. 20대들이 현실적으로 '혁명'을 완수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적어 주었으면 더욱 좋았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은 한 정당의 정책 자료집은 아니다. 이 책은 20대에게 '이렇게 해, 저렇게 해'라고 충고하는 책이기보다는 '그래,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하는 책이다. 질서정연한 논리와 똑 부러지는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20대들의 이성을 일깨워주는 데 주력하는 책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몸을 가지고 외로움에 떠는 20대들이 새로운 사유를 시작할 수 있도록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 20대들이 직접 쓴 글을 실은 것도 그러한 생각을 가진 20대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20대들이 외롭지 않도록 다시 말해, 친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다. 혹시나 잠시 딴 생각을 하면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신자유주의에 길들여진 지금의 20대들이다. 마지막 장에 제시된 20대들의 글은 딴 생각을 하는 20대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이고, 그래서 경쟁에서 도태될 두려움에 떠는 다른 20대들에게도 딴 생각할 여유가 있음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당사자 운동'을 강조하면서 대책을 결국 20대에게 떠미는 듯한 태도가 무책임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20대에게 우석훈과 같은 '대리인'들이 이런 저런 해법을 주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지금의 20대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을 잊은 지 오래기 때문이다. 지금의 20대들은 중, 고등학교 때는 어머니의 치마가 이끄는 대로 살아왔고, 대학에 와서는 신자유주의와 각종 자기계발서들이 키운 정글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20대들은 자신들의 게임을 하고 있지 않다. 책에서 대안이 다소 미약해 보이는 것은 20대의 문제가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까닭도 크다. 우석훈은 단지 이런 방법도 있지 않을까, 하고 20대들에게 몇 가지 제안을 할 따름이다. 그에게 20대들의 문제를 해결할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안하라는 것은 다소 지나친 요구가 아닐까 싶다. 

20대의 문제는 20대인 우리가 나서서 고민하고 다투어야 한다. 우석훈과 같은 어른들은 단지 격려해주고 위로해 주며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이 20대를 응원할 수 있도록 문제를 환기할 수 있을뿐이다. 그리고 우석훈은 지금으로써는 그 역할을 가장 훌륭하게 해주는 '어른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8점
우석훈 지음/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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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ote at 2009/12/23 23:32
<88만원 세대>는 이보다는 좀 더 빽빽한 편이고, 그 전의 논의들은 더 '빽빽한' 편이에요. 박권일과 쓸 때부터 그 이전까지의 우석훈의 글과 지금의 글들은 좀 차이가 느껴질 수 있죠. 어쨌거나. 난 나름의 장단이 있다고 보는 편. 재미있게 글 잘 읽었어요. ㅎㅎ
wrote at 2009/12/24 11:08
음.. 다른 글들은 더 빡빡한 편이군요. 아무래도 자기 전문 분야의 책이라서 그런 걸까요? 아무튼 전 인민노련에 관한 책 상당히 기대하고 있어요 ㅎㅎ
wrote at 2009/12/25 00:28
우석훈은 기획자같아요. 요즘 들어 우석훈 글을 안 챙겨 읽기는 하는데, 블로그에서 우석훈의 눈을 빌려 세상을 보면 참 재밌었어요.
wrote at 2009/12/25 11:03
맞아요. 확실히 세상을 좀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진 사람 같아요. 총론에 강하고 각론에 약하다는 비판도 많이 듣지만, 확실히 다른 관점을 제시해 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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