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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체제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찰스 린드블롬 (후마니타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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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체제 The Market System』은 정말 말그대로 시장체제에 대한 책이다. 그럼 '시장체제'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 간단히 말하자면, 시장체제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말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장체제가 무엇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를 말한다. 이를 테면 시장체제는 강제가 없는,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시장체제가 허용하는 '자발적인' 상호작용은 사실 응분보상원칙에 따라 시장적 가치가 있는 즉, 매매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을 거래하는 데에 한정된다.

책은 거의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균형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다는 점이 눈에 보인다. 이 책은 시장체제에 대한 옹호서도 아니고 비판서도 아니다. 혹은 시장체제에 대한 옹호서이기도 하고 비판서이기도 하다. 시장체제에 대한 '비평'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제 1부 '시장체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차라리 교과서에 가깝다. 저자의 주장이라고 할 만한 점은 거의 눈에 띄지 않으며 단순히 시장체제의 원리를 건조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다. 책의 훌륭한 점은 시장체제의 원리를 아주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경제학 초짜라도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다. 몇몇 경제학 용어가 눈에 띄기도 하지만, 저자는 주로 일상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시장체제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개념화하지 않고 보여준다.

제 2부 '시장체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로 넘어가면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저자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그도 그럴 것이 제 2부에서 저자는 시장체제를 둘러싼 다양한 놈점들을 살펴보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2부에서도 저자는 그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고 단지 논점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논점을 둘러싼 쌍방의 의견을 모두 검토한다. 

제 3부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에서는 시장체제의 대안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저자의 결론은 '어쨋건 시장체제를 버릴 수는 없다'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저자가 시장주의자인 것은 아니다. 저자는 시장체제의 불완전성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회를 생각하고 경제는 잊자"는 저자의 말이다. 저자는 이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데 이 말의 의미는 저자가 시장체제를 단순히 경제의 영역에서만 작동하는 것으로 파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경제가 아닌 시장체제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도 눈여겨봄직하다. 아마 저자가 본래 정치학자라는 점이 이러한 생각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시장체제는 경제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조율'한다는 것이다. 시장체제를 통해 개인들은 혹은 집단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맺게 된다. 시장체제가 조율하는 상호작용은 '시장가치가 있는 것의 거래'라고 명명할 만하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체제를 경제적 원리가 아닌 사회적 원리로 바라봄으로써 시장체제의 무능력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시장주의자들에게는 강력한 비판서가 될 수 있다. 사회적 조율 기제로서 시장체제의 한계는 (내가 생각하기에) 시장체제가 채택한 '응분보상원칙'에서 드러나는 듯 하다. 응분보상원칙이란 것은 '뿌린만큼 거둔다'는 것인데, 시장체제에서는 뿌릴 수 있는 것도, 거둘 수 있는 것도 결국 시장가치가 있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시장체제는 무자비하다. 시장에서의 상호작용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시장해 제공해 얻을 수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다. 단순히 우리가 인간이나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에, 또는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혹은 우리가 배운 대로 사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과 내가 가질 수 있는 권리나 행사할 수 있는 요구는, 시장체제를 통해 행사할 수 있는 권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p. 137)


사회에는 시장적 가치로 매겨질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복지와 교육이다. 따라서 사회적 조율 기제로서 시장체제는 많은 조력자들을 필요로 하고 국가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 외에 시장체제가 무능력한 이유는 시장체제가 자발적인 배분만 조율한다는 점도 있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 중에는 자발적인 배분으로는 달성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고속도로라든가, 쓰레기 처리장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보자. 욕망이란 것이 사회적인 영역으로까지 확장될 경우 자발성만으로는 욕망을 실현하기에 불충분하다.

결국 시장만능주의는 저자와 같은 관점을 취하면서도 반대 방향으로 치닫는 것이다. 시장만능주의 또한 저자와 비슷하게 시장체제를 경제의 영역에 국한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시장체제를 전 사회적인 시스템으로 이해하려 하며 따라서 경제의 영역을 넘어 전사회적으로 시장체제의 원리를 적용하려 한다. 그러나 저자의 입장과 시장만능주의의 차이점은 시장만능주의가 시장체제의 원리를 절대적인 선으로 추종한다는 점이다. 시장체제는 홀로 유일하게 사회의 조율을 담당할 만큼 완벽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시장주의를 옹호하는 미국의 미제연구소Ludwig van Mises Institute가 이 책을 두고 "오해, 왜곡, 논리적 남용, 반자본주의 정서를 담은 대단한 넌센스!"라고 한 것도 이해할 만하고, 시장이라면 무조건적인 반대하는 주장들보다도 이 책이 시장만능주의에 더육 효과적으로 대적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가능하다.

책에 내재되어 있는 저자의 또 하나의 관점은 어쨋든 시장체제도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결국 위와 같은 시장체제의 무능력을 교정하는 것도 인간이어야 한다, 혹은 사회여야 한다. 시장체제가 어느 정도의 범위로 적용될 것이며 기업에게 어느 정도의 시장적 자유를 보장할 것인가, 국가는 어느 정도로 개입할 것인가 등등의 문제는 시장체제 스스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으며 사회의 결정이 필요한 일이다. 시장체제는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사회적 원리로서 효과적으로 이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 지점에서 결국 시장체제의 문제 또한 정치의 문제로 귀결되는 듯도 보인다. 이것이 정치학자로서 저자가 시장체제에 관심을 갖게된 배경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시장체제를 다루는 훌륭한 입문서이다. 저자는 시장체제가 가진 장점들과 다른 사회적 조율 기제가 다룰 수 없는 시장체제 고유의 역할들을 긍정한다. 그러한 점에서 저자는 시장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그 어떠한 의견에도 반대한다. 그러나 동시에 저자는 시장체제를 시장체제 그 자체만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사회라는 거대한 자연 속의 일부를 구성하는 하나의 숲으로서 이해하면서 이 책은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서로서도 기능한다. 






시장체제 - 7점
찰스 린드블롬 지음, 한상석 옮김, 이덕재 감수/후마니타스

'훌륭한 책'이라고 했으면서도 별 세 개 반인 이유는 '입문서'가 갖는 한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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